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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기울기 크게 꺾인 11월 물가...역대급 축소 이후 둔화세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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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11월은 굉장히 예외적인 달이 될 것이다.“

통화당국 수장이 예고한 대로 물가 상승 곡선의 기울기가 11월 들어 크게 꺾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새 0.7%포인트(p)나 낮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뒤 ”지난해(11월)에는 채소 가격이 7~8% 올랐고 유가도 굉장히 많이 올라 물가 지표가 10월보다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 대로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5.0%까지 떨어졌다. 지난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6.3%)를 정점으로 물가 오름세가 반짝 반등한 10월(5.7%)을 제외하고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7개월째 상승률이 5%를 넘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재가 “(내년)연초가 되면 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1, 2월에는 다시 5%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전망도 내놓은 만큼 당분간 5% 안팎의 횡보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가격표. [사진=연합뉴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가격표.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올라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견준다. 지난 8월(5.7%), 9월(5.6%) 둔화하다가 10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5.7%로 오름폭을 키운 지 한 달 만에 상승률이 0.7%p 축소됐다.

다만 11월 상승률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6.8% 이후 24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올해 가파른 물가 상승기에 최대 폭의 둔화를 보인 데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이 큰 몫을 했다. 1년 전보다 6.1% 오른 상품 물가 중에서 농축수산물은 0.3% 상승, 전월(5.2%) 대비 오름폭이 크게 둔화했다. 농축수산물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10월 0.46%p에서 지난달 0.03%p로 대폭 축소됐다. 9개 핵심품목의 물가 기여도에서 전월 대비 축소가 가장 유의미하게 도드라진 것이다.

4.1% 상승한 서비스 물가 중 외식외 개인서비스가 4.5% 상승, 농축수산물과 더불어 ‘유이’하게 전월 대비 마이너스 기여도를 보였는데 그 폭은 0.2%p에 그쳤다. 정부가 장마, 태풍시기, 추석 때부터 고물가 대응 핵심과제로 추진해온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화의 정책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에너지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등의 영향을 받아온 공업제품은 5.9% 상승했는데, 그중 석유류 상승률은 5.6%로 크게 둔화해 소비자물가가 6%대에 진입한 지난 6월 39.6%에서 한 자릿수로 급감했다. 그 영향으로 공업제품의 물가 기여도도 6월 3.24%p에서 지난달 2.08%p까지 떨어졌다.

주요 부문별 물가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주요 부문별 물가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빼 장기적인 추세를 나타내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상승, 전월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이어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4.3% 올라 2008년 12월(4.5%)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채소류(-2.7%) 중심의 농산물 수급여건 개선 등으로 물가상승폭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며 “다만 연말·연초 제품가격 조정,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에 따른 물류 차질 등 대내외 리스크가 여전히 잠재돼 있어 계속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시기, 기저효과 등으로 ‘예외적인 11월 물가’가 현실화했지만 인플레이션의 꺾은선 그래프에서 기울기가 큰 폭으로 꺾인 것으로 볼 때 사실상 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은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41년 만에 최악의 고물가와 사투를 벌이며 글로벌 긴축 파장을 던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축소의 최대폭이 0.6%p(7월 9.1%→8월 8.5%)였던 점을 볼 때 우리나라 11월 0.7%p 축소가 물가 둔화세를 키우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10월(-0.8%p)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축소됐지만 당시엔 상승률이 0.9%에서 0.1%로 낮아진 저물가 국면이어서 올해 고물가 상황과 견주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5% 이상의 고물가 기조에서 의미 있는 축소 폭으로 본다면 외환위기가 불러온 1년 간의 6~9%대 고물가 시대를 마감했던 1998년 12월(–2.8%) 이후 최대치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그렇다면 상승률이 역대급으로 낮아진 사례를 볼 때 그 축소 시그널을 계기로 둔화세가 지속됐을까.

0.7%p 이상의 상승률 축소 사례는 외환위기 이후 모두 13차례 나왔는데, 그중 그 다음달에도 상승 폭 축소가 이어진 적은 모두 10번이나 된다. 2004년 9월(-0.9%p), 2018년 12월(-0.7%p) 이후엔 3개월씩, 2012년 1월(-0.8%p) 이후엔 4개월이나 둔화 기조가 이어졌다.

다음달 보합이 한 차례 있었고, 오히려 상승 폭이 커진 적은 두 번 나왔다. 그중 가장 최근 사례인 2020년 10월의 경우 이후 7개월 동안 긴 오름세가 이어졌다.

축소 폭은 이번 11월 수준에 못 미치지만 올해 상황과 비슷하게 5%대 고물가가 넉 달 동안 지속됐던 2008년 9월 5.1%로 0.5%p 낮아진 이후 다음달 4%대 진입을 시작으로 이듬해 5월(2.7%) 2%대의 안정기로 접어들 때까지는 8개월이 걸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올해(물가)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역외 기저효과도 어느 정도 작용할 것 같고, 그래서 돌발 변수가 없다면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해 지난주 전망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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