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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바람 잘 날 없는 마음, 그 모순된 욕망 (下)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10.0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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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기자가 모든 이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은 아니다. 오직 이성만을 찾는지 기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린 남성도 여럿 있었고, 한 여성은 대뜸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와 정중히 거절한 적도 있었다.

이미 해당 앱을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동료 기자에게 이러한 사실들을 말하니,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나쁜 의도로 접근하는 이들도 상당하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해줬다. 실제로 기자와 통화했던 한 여성은 자기 목소리를 듣자마자 끊는 동성들이 많았고, 심지어 외국인 여성들에게서 그런 경우가 유난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서두의 다현 씨가 언급한 대로 이런 종류의 만남이 검증된 사람과의 만남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사랑받길 바라면서도 사랑을 주길 원하고, 구속을 원하면서도 해방을 바란다. 그리고 그 모호한 경계의 어느 즈음에서 세상의 무수한 만남과 이별은 앞으로도 늘 현재 진행 중일 것이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인간은 사랑받길 바라면서도 사랑을 주길 원하고, 구속을 원하면서도 자유를 바란다. 그리고 그 모호한 경계의 어느 즈음에서 세상의 무수한 만남과 이별은 앞으로도 늘 현재 진행 중일 것이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그럼에도 그동안 20명 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소감을 묻는다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좋았다’고 답하겠다. 그 모든 만남과 헤어짐은 즉흥적이면서도 가벼웠고, 동시에 어떤 아련함이 있었다. 이대로 통화가 종료되면 끝이라는 것을 다들 알았기에 그랬을까. 많은 이가 본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자 노력했다.

물론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연장한 적도 있지만, 기자를 포함해 대부분 이들은 7분 30초라는 제한된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제한된 시간은 오히려 짧은 만남의 소중함을 여실히 깨닫게 했으며, 헤어질 때의 아쉬움은 그와 동시에 느껴진 묘한 해방감으로 적잖이 상쇄됐다. 적어도 기자가 느끼기에 7분 30초의 만남은 사람들에게 계산하거나 재지 않는 솔직함을 갖게 하는 동시에,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관계를 맺는 데도 적절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만남은 스쳐 가는 바람을 닮아 있었다. 정처 없이 헤매던 바람들이 잠시 어우러졌다가 금세 헤어지는 것처럼, 통화 앱을 통해 만난 이들은 저마다 거쳐온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말동무가 됐다가 이내 헤어졌다. 그것은 과학기술을 통해 단시간에 구현된 삶의 완벽한 압축과도 같았다. 한평생 다른 이들과 인연을 맺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삶에 대한 완벽한 은유랄까.

돌아보면 이처럼 관계를 맺고 끊기를 반복하는 것은 비단 현 젊은 세대만의 특징이 아니다. 그보다 앞선 세대 역시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헤어지기를 반복해왔으며, 다만 지금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임,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그것이 더 광범위한 층위에서 더 짧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방식과 더불어 말이다.

물론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고, 각 만남이 짧아졌다는 사실, 또 만남의 첫 시작이 주로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현 젊은 세대가 광범위하게 맺는 ‘인스턴트적 관계’를 특징짓는 주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양적인 변화에 지나치게 주목해 그것을 전혀 새로운 인류의 모습처럼 바라본다면 그 기저에서 늘 변하지 않던 인간 욕망의 근원적인 모습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세대를 이어오며 반복된 무수한 만남과 이별의 이면에는 좀 더 근본적인 공통분모가 있다. 늘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도 구속받고 싶어 하지 않는, 그래서 만남을 추구하는 동시에 헤어짐을 바라는 인간 본연의 모순된 욕망 말이다.

새로운 통화 앱과 모임 앱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그것들을 통해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만나고 또 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대하는 가장 건강한 자세는 어쩌면 상대 역시 나와 똑같이 여러 삶을 거쳐온 이야기의 집약체이자, 모순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면서도, 누군가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원한다. 관심받고 싶어 할 뿐 아니라 관심을 주고 싶어 한다. 사랑받길 바라면서도 사랑을 주길 원하고, 구속을 원하면서도 자유를 바란다. 그리고 그 모호한 경계의 어느 즈음에서 세상의 무수한 만남과 이별은 앞으로도 늘 현재 진행 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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