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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키즈 패션의 또 다른 성공 방정식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9.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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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합계 출산율 1.1명, 세계 198위.

심각한 인구 감소에 직면한 우리나라 출산율의 우울한 성적표다. 그런데 대다수 예상과 달리 참담한 성적표를 보고도 미소를 짓는 곳이 있다. 바로 프리미엄 키즈 패션업계다.

'2019 제로투세븐 S/S 패션쇼'에서 어린이 모델들이 런웨이를 활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 제로투세븐 S/S 패션쇼'에서 어린이 모델들이 런웨이를 활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명으로 세계 198위다. 또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7명 줄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UNFPA에서 발간하는 보고서의 국내 인구 관련 수치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인구국 등의 자료에 근거한 추정치로 통계청 실측 발표 자료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인구 감소 시계가 빨라졌다는 점에선 두 기관의 발표가 모두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실 저출산 쇼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유아·키즈 패션 부문 쇠퇴를 걱정 중이다. 의류 사이클이 빠르게 돌고 판매량이 늘어나야 유리한 시장 상황인데 성장기에 쑥쑥 자라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만큼 업계 성장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러한 주장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바로 중저가 업체와 프리미엄 업체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가 업체들은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유·아동 전문 기업 제로투세븐은 이달 말 패션 사업 부문을 종료키로 했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내 아동복 시장 경쟁이 심화돼 적자가 장기간 쌓이다 보니 수익성이 뛰어난 사업인 화장품이나 포장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피랜드코퍼레이션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은 국내 키즈 패션 브랜드 해피랜드 오프라인 매장 160여개를 2020년 말까지 정리하고,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들 결정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면서 유아복 사업을 벌이는 경영진 고민도 함께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들은 길어지는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키즈 라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어 극명하게 대비된다. 각종 브랜드는 신성장동력으로 ‘골드 키즈’ 시장을 점찍었고, 업계에선 “고급 아동복은 불황을 모르고 성장 중”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 이유는 저출산 시대 자녀 한 명을 둔 집이 늘며 ‘VIB(매우 소중한 어린이)’, ‘에잇 포켓(여덟 명의 주머니)’, ‘텐 포켓(열 명의 주머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다. 과거와 달리 요즘엔 저출산으로 소수 자녀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한 아이에게 쏟는 관심과 비례해 부모와 양가 조부모, 삼촌, 고모, 이모 등의 물질적 지원의 폭도 자연스레 넓어졌다.

또 소비 시장 ‘큰 손’으로 자리 잡고 있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부모가 된 것도 프리미엄 키즈 패션 시장 성장에 한 몫하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주머니를 여는 MZ세대 부모의 특성이 장기적인 키즈 패션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는 중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증가한 보복 소비가 자녀에게까지 쏠리는 것도 시장 확대에 주요인으로 자리한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A(37)씨는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앱을 보면 고가 아동복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아동 패딩이 10만원이라고 하면, 미니로디니 제품은 20~30만원 정도, 버버리 같은 초고급 브랜드 제품은 중고가로도 100만원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면서 “유치원에 가보면 몇몇 아이들은 명품을 입고 있다. 구매력이 충분한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명품을 입히며 자기만족 등을 실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결혼 연령이 늦어지며 증가한 ‘골드 앤트’, ‘골드 엉클’도 프리미엄 키즈 패션 시장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자신의 아이는 없지만 조카들을 마치 자녀처럼 아끼는 ‘조카 바보’들은 선물 공세로 애정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다. 조금 가격대가 비싸더라도 재질이나 원료 원산지까지 신경 쓴 로열티 있는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베이비 디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 전경 [사진=베이비 디올 제공]
베이비 디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 전경 [사진=베이비 디올 제공]

키즈 패션 시장 성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 2월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빅3(현대·신세계·롯데백화점) 아동복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18.2%, 신세계백화점은 19.1%, 롯데백화점은 17.6%의 신장률을 보였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중심축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의 명당이라 꼽히는 매장 5층에 아동 전문관을 열고, 키즈 전문 편집 매장인 ‘스튜디오 쁘띠’를 선보였다.

일반 브랜드도 프리미엄 아동복 특수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최근 키즈 패션은 성인 의류와 유사한 퀄리티의 제품이 치수만 줄여서 나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랜드가 수입하는 뉴발란스도 키즈 패션 분야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증가율 25%를 기록하는 등 호성적을 거뒀는데, 인기몰이를 주도한 뉴발란스 327스니커즈를 아동용으로 축소한 뒤 출시해 히트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패션 플랫폼들 역시 프리미엄 수요 잡기에 바쁘다. 100% 공식 럭셔리 캐치패션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8월 키즈 카테고리를 신규 오픈하고, 다양한 프리미엄 키즈 브랜드를 입점하고 있다. 구찌, 버버리, 펜디 등 명품 브랜드의 키즈 라인부터, 미니로디니, 보보쇼즈 등 북유럽 감성의 프리미엄 키즈 브랜드까지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키즈 시장 성장에 맞춰 고객들에게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기 위해 앞으로 공식 해외 키즈 파트너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 추세에 맞춰 고급 글로벌 키즈 브랜드들을 들여오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일부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MZ세대의 경우 시밀러룩(상대방과 비슷하게 맞춰 입는 옷차림), 패밀리룩(가족이 모두 비슷하게 맞춰 입는 옷차림)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 기존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주니어룩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캐치패션 키즈 카테고리 [사진=캐치패션 제공]
캐치패션 키즈 카테고리 [사진=캐치패션 제공]

상황이 프리미엄화로 쏠리다 보니 기존 중저가 업체들도 프리미엄화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유아·아동복 기업 서양네트웍스는 프리미엄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해 매출액 2159억원으로 전년(1758억원) 대비 22.8%나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브랜드 밍크뮤는 지난달 고급스러운 소재를 중심으로 디자인, 디테일, 라벨 등이 차별화된 고가 라인 ‘익스클루시브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해 퍼 카라케이프 코트, 클래식 헤링본 코트 등 다양한 아우터를 선보였다. 앞서 지난해 가을·겨울(FW) 시즌부터 프리미엄 라인을 통해 키즈 패션과 시즌 용품을 전개하며 프리미엄 유아동복 브랜드로 새로이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키즈 패션 프리미엄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오랜 시간 투입했으나 반등의 여지 없이 출산율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따라서 현재는 에잇 포켓, 텐 포켓이지만 향후 아이 한 명에 돈을 쏟는 어른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패션업계에서도 키즈존을 확대하는 등 키즈 패션을 새로운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키즈 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도 프리미엄화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렇듯 저출산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골드 키즈 시장. 시장 호황에 힘입어 프리미엄 키즈 패션의 날갯짓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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