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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라고 다 친환경 아냐!” 국내 수소공급계획, 이대로 괜찮을까?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9.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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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해진 기후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으로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으면서 수소 에너지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언제부턴가 ‘수소=친환경’이란 공식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에 일침을 가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14일 ‘청정한 수소는 없다: 한국 수소경제의 숨겨진 온실가스 배출 추산’이란 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을 목표로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 계획이 오히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친환경’이란 통념에 일침을 가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수소=친환경’이란 통념에 일침을 가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국내 수소경제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그린뉴딜 정책의 하나로 최근 수년간 에너지 계획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올해 6월에는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고, 현 정부에서도 안정적인 청정수소 생산·공급을 기반으로 한 세계 1위의 수소 산업 육성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저탄소 신성장 동력으로서 수소 산업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갈탄·석탄을 연소해 생산하는 브라운수소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해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 △원자력 전력을 활용해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핑크수소로 나뉜다.

이중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를 살펴보자.

그레이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말한다. 블루수소는 이러한 그레이수소 추출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 또는 포집·활용·저장(CCUS)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최소화해 생산한 수소다. 공정이 추가되는 만큼 생산단가가 높지만, 그레이수소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어 화석연료 기반 수소 중에선 비교적 깨끗한 수소로 알려져 있다. 이에 그린수소로 가는 과도기에서 활용할 대안으로 널리 인식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코넬·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다음 3가지 이유를 들어 블루수소가 청정수소라는 통념에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당시 연구진은 △생산·운송 과정에서 원료인 천연가스가 새면서 발생하는 탈루 배출 △천연가스 추출공정이나 CCS 설비 가동에 필요한 전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CCS의 낮은 포집 효율(65~85%)에 따른 잔여 배출 등을 이유로 블루수소가 그레이수소의 90%가량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그동안 청정수소로 인식돼온 블루수소 중심의 수소공급계획이 추출공정 플랜트·CCS 설치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임에도, 오히려 원료인 천연가스만을 연소했을 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블루수소가 청정하다는 인식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블루수소 생산 로드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국내 블루수소 생산 로드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 22만톤이던 수소 공급량을 2030년까지 그 18배 수준인 390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생산분은 194만톤으로, 이중 87%에 달하는 169만톤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그레이수소(94만톤)와 블루수소(75만톤)다.

또 지금까지 수소 생산 계획을 밝힌 국내 기업으로는 대표적으로 △포스코 △롯데케미칼 △한국가스공사 △SK E&S 등이 있다. 해당 기업들 모두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2030년까지의 중간 계획을 살펴보면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 보급이 두드러진다.

기후솔루션이 코넬·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의 가정을 적용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수소 계획 추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한 결과, 우리 정부의 수소 계획은 2030년까지 3023만톤의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가스공사와 포스코는 2030년까지 각 1784만톤, 772만톤, SK E&S는 2025년까지 483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수소 인프라 마련 없이 같은 양의 에너지 생산을 위해 천연가스만을 연소시켰을 때보다 각 340만톤(정부), 459만톤(한국가스공사), 137만톤(포스코), 86만톤(SK E&S)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시키는 격이다. 이대로 수소경제 계획이 추진될 경우, 국내 수소 정책이 환경적 측면에서 큰 문제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가입한 ‘국제 메탄서약’의 위반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당시 우리 정부는 국제 메탄서약에 가입하며 메탄 감축 노력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제 메탄서약은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적어도 2020년 배출한 메탄 133만톤의 30%에 해당하는 39만톤을 2030년까지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 기반의 현 수소경제 계획대로라면 운송과정에서 3만7000톤, 생산과정에서 14만7000톤, 도합 18만4000톤의 메탄 탈루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양이 서약에 따라 감축하기로 약속한 양의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농·축산업과 폐기물 산업 등 국내 다양한 부문에서 진행될 메탄 감축 노력을 무위로 돌릴 위험성이 크다.

2030년 수소별 생산비용. 그린수소의 비용(녹색)이 범위로 표시된 것은 사용되는 다양한 전해조 유형을 반영한 것. [사진=블룸버그NEF 제공]
2030년 수소별 생산비용. 그린수소의 비용(녹색)이 범위로 표시된 것은 사용되는 다양한 전해조 유형을 반영한 것. [사진=블룸버그NEF 제공]

경제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조치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다. 이에 유럽에서는 이미 화석연료 기반 수소의 생산원가가 kg당 1300~4000원에서 7800~1만6000원까지 폭등하면서 kg당 5200원 수준인 그린수소의 생산원가를 크게 뛰어넘었다.

더구나 글로벌 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지난 5월, 현재로서는 블루수소가 그린수소보다 생산 비용이 낮지만, 2030년까지 대부분 국가에서 이러한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설령 전쟁으로 치솟은 천연가스 가격이 기존 수준으로 복귀하더라도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 역시 그린수소가 블루수소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기반 수소경제를 구축하겠다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계획에 경각심을 주는 이야기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온도가 1.1˚C가량 오른 상황에서 이산화탄소를 뛰어넘는 온난화 가스인 메탄의 조속한 감축은 파리협정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현시점에서 메탄 배출을 늘리는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경제 추진은 국제 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소경제를 화석연료 의존 리스크에 노출한다면, 이는 향후 수소경제의 최종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전력이 높은 화석연료 의존으로 인해 재무위기에 빠진 문제를 수소경제에서 또 반복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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