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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부문 분할키로 한 풍산, 그 명과 암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9.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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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신동사업(구리산업)과 방산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풍산이 지난 7일 기업 물적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기존 방산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주식회사 풍산디펜스(가칭)’를 비상장 법인으로 신설하고, 주식회사 풍산은 상장 존속법인으로서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는 내달 31일 개최 예정이며,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분할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분할 이후 풍산디펜스는 화약 및 화학원료의 제조판매업 등에 집중하고, 풍산은 동 및 동합금소재와 가공품의 제조판매업 등에 집중한다.

신동사업(구리산업)과 방산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풍산이 지난 7일 기업 물적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사진은 그동안 풍산이 공급해온 탄약들. [사진=풍산 제공]
신동사업(구리산업)과 방산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풍산이 지난 7일 기업 물적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사진은 그동안 풍산이 공급해온 탄약들. [사진=풍산 제공]

기업분할엔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두 종류가 있다. 두 분할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분할된 신설법인의 지분을 누가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적분할은 모회사 주주들 각자가 보유한 지분율만큼 신설 자회사의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며, 물적분할은 신설 자회사의 지분을 모회사가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번 분할의 경우에는 물적분할이기 때문에 존속법인인 풍산의 기존 주주들은 신설법인인 풍산디펜스에 대한 지분을 풍산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소유하게 된다.

그동안 물적분할 후 신설법인을 상장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반복되면서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원성이 국내시장에 만연했다. 기업공개를 통해 신설법인을 증권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새로운 주주들이 유입되면서 분할 전 회사의 기존 주주들의 신설법인에 대한 지분율을 희석해 의결권이나 배당받을 권리 등에서 불이익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 신설법인이 영위하는 사업이 기존 회사의 핵심 사업 부문이어서 분할 후 모회사의 주가가 급락해 큰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도 몇 년 사이 급증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분할에 대해 풍산 측은 분할 신설법인인 풍산디펜스의 비상장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만약 풍산디펜스 상장을 추진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존속회사인 풍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있어야만 함을 풍산디펜스 정관에 반영키로 하며 투자자 우려를 완화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특별결의의 경우 출석주주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성립되는 보통결의와 달리,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지난 7월 5일 기준 풍산의 주주구성은 풍산홀딩스 38%, 국민연금공단 8.16%, 우리사주조합 0.08%였다. 나머지 54%가량이 소액주주인 셈인데, 이는 결국 전체의 절반을 넘는 소액주주들의 동의 없이는 풍산디펜스의 상장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도 머잖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풍산의 주가는 공시가 나가기 전인 지난 6일 3만1100원(종가 기준)에서 13일 2만8450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풍산 관계자는 “주가가 내리는 것은 시장의 방향성이라 어쩔 수 없다”면서도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100% 자회사 체제이기 때문에 (기업가치는) 전혀 변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동 부문과 방산 부문이 서로 이질적이어서 독자적인 책임 경영을 위해 분할하기로 했다”면서 “방산 부문 신설법인은 자체 영업이익으로 활발히 투자할 계획”이라고 분할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풍산의 분할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의 변종만 연구원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갖고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물적분할이므로 이번 분할로 인한 현시점에서의 기업가치 변화는 없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방산사업의 가치가 부각되고, 신동사업과 방산사업의 독립 경영을 통한 효율과 성장,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의 박성봉 연구원도 기존 풍산의 성장 정체와 미래 성장동력의 부재 문제가 극복될 것으로 전망하며 “1개사 2개 사업부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업부의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산사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저평가 리스크가 축소되고, 국내외 기관투자 유치 악영향뿐 아니라 신동사업의 유럽 소전 입찰 및 설비투자 제한도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풍산의 이번 발표가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통해 △물적분할 추진 기업의 공시 강화 △물적분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 상장 시 상장심사 강화 등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중 기업공시 서식과 거래소 상장기준 개정은 내달까지 완료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이달 5일 입법예고를 통해 최대한 연내에 제도개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풍산이 이러한 금융당국 발표로부터 단 며칠 만에 물적분할과 관련된 이사회 결정을 내림으로써 정부 규제를 피하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 앞으로 이번 물적분할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전자우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반 주주들은 풍산의 두 사업 부문, 신동과 방산 부문 모두를 보고 투자했다. (류진) 회장이 밝힌 대로 각 사업부의 성과 향상을 위해 분리했다면, 인적분할을 해 기존 주주들이 두 사업을 직접 보유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왜 물적분할을 해 방산 부문의 이익을 한 다리 건너서 보유하게 떼어놓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더구나 풍산은 풍산홀딩스의 자회사가 아닌가. 풍산홀딩스가 풍산을 사업회사로 보유하고 있는데, 그 사업회사가 둘로 분리되면 풍산홀딩스가 그 둘을 보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 물적분할 결정은) 풍산의 주주뿐 아니라 풍산홀딩스의 주주들도 마찬가지로 바보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풍산처럼 물적분할 후 비상장을 유지한 경우는 최근에도 있었다. 올해 3월에는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를 물적분할했고, 4월에는 세아베스틸지주가 세아베스틸을 물적분할했다. 두 경우 모두 분할 신설법인은 비상장 상태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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