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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국내 MMORPG, 한층 더 도약할 수 있을까? ④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9.1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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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MMORPG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일찍이 바람의 나라(넥슨, 1996년)를 시작으로, 리니지(엔씨소프트, 1998년), 뮤(웹젠, 2001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블리자드, 2004년), 마비노기(넥슨코리아, 2004년)가 MMORPG의 황금기를 열었고, 2010년대 들어서는 테라(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 2011년), 블레이드&소울(엔씨소프트, 2012년), 검은사막(펄어비스, 2015년) 등이 큰 인기를 누렸다.

몇 년 전부터는 MMORPG 열풍이 기존 주류 플랫폼이었던 PC에서뿐 아니라 모바일로까지 확장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네오, 2016년), 리니지M(엔씨소프트, 2017년), 검은사막M(펄어비스, 2018년), 로한M(엔엑스쓰리게임즈, 2019년), 리니지2M(엔씨소프트, 2019년), 리니지W(엔씨소프트, 2021년)가 그 좋은 예다.

최근 스마일게이트RPG가 출시한 MMORPG 로스트아크가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을 거두며, 국내 MMORPG에 대한 기대감이 재차 불씨를 키우고 있다. 사진은 로스트아크 트레일러의 한 장면. [사진=스마일게이트RPG 제공]

물론 지난 25년여간 수많은 MMORPG가 출시되는 와중에 흥행에 실패한 게임도 적잖게 나오면서, 일각에선 MMORPG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종종 제기되곤 했었다. 그러나 2018년 스마일게이트RPG가 출시한 로스트아크가 올해 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이후 큰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국내 MMORPG가 전 세계를 상대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로스트아크는 글로벌 출시 이틀 만에 동시접속자 132만명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서 역대 2위의 기록을 달성했고, 현재도 꾸준히 5순위권 안에서 그 인기를 유지 중이다.

또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앱마켓 매출 월간 통합 순위에서 상위 10개 게임 중 7개가 MMORPG로 확인됐다. 이는 현재 PC게임 시장보다 2배 이상 성장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국내에서 MMORPG의 인기가 얼마나 큰지 새삼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플레이어가 다양한 MMORPG 세계 속 주인공이 돼 게임 시나리오에 참여할 뿐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 강할수록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계를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세계에 푹 빠지게 되며, 급기야 사랑의 열병을 앓는 소년 소녀처럼 게임 속 한 편의 음악에조차 진한 여운과 애틋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때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문학(서사), 미술(그래픽), 음악(OST)이 집약된 종합예술로서 받아들여지며, 실제로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주는 것 이상의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단순히 관람객으로서 감상하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게임 캐릭터의 조작을 통해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므로 더 강렬한 경험을 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더구나 요즘은 현실을 빼다 박은 풍광과 세세한 인물 묘사까지 구현이 가능한 시대다. 캐릭터의 피부 질감, 표정, 입 모양, 움직임까지 경이로운 수준으로 사람과 비슷해진 덕분에 얼핏 봐서는 사람인지 게임 캐릭터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심지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풍향에 따라 나부끼는 것도 표현이 가능하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직은 처리하고 연산해야 할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MMORPG에까지 이러한 기술력이 완벽히 적용되진 못했지만,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라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놀라운 그래픽으로 구현된 자연이나 인물의 모습은 때로 현실보다 더 현실 같게 느껴져, 그 세계에 머물고 싶다는 플레이어의 욕구를 한층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나친 과금을 요구하는 국내 MMORPG의 문제점은 그 전에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MMORPG 다수는 부분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부분 유료화는 게임 자체는 무료화해 동시접속자 수를 늘리면서도, 일반적으로 얻을 수 없는 고기능 아이템 등은 실제 돈을 내 구매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페이투윈(P2W)’과도 혼용해 쓰이는데, 이는 “이기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는 문자 뜻 그대로 비용을 지출한 만큼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본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MMORPG 다수는 정액제 모델을 채택하고 있었다. 정액제는 매달 일정 요금만 지불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 방식으로, 대개 플레이어가 오랜 시간 투자할수록 캐릭터도 강해져 플레이어에게 캐릭터 육성의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게임을 지속하게 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그러던 정액제가 어느 순간부터 소위 ‘현질’, 즉 현금을 질러 비싼 아이템을 장착해야만 캐릭터가 강해지는 부분 유료화 방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결과 플레이어가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도 비싼 아이템을 장착한 다른 플레이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이는 많은 게임에서 신규 플레이어의 유입을 감소시키는 건 물론 기존 플레이어까지 이탈하는 상황을 촉발했다.

특히 여기에 매크로(반복 작업을 자동화한 컴퓨터 프로그램)를 이용한 일명 ‘봇’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투입 시간 대비 플레이어의 성취는 점점 더 무의미해졌고, 이는 게임 수명을 단축할 뿐 아니라 플레이어의 이야기 몰입과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방해하는 등 국내 MMORPG의 고질적인 문제로 굳어졌다.

흡입력 높은 게임을 제작하기보다는 조금씩 명칭만 바꾼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세계관에 기반해 플레이어에게 과도한 지출을 유도하는 양산형 게임의 난립은 국내 게임사에 있었던 20여년 전 일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당시 불법 복제가 만연했던 국내 시장에서 수많은 스토리 게임 개발사가 무너졌듯, 플레이어의 즐거움이라는 게임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과금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에만 치중하는 국내 MMORPG 시장이 위태로워 보이는 건 과연 과한 우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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