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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MMORPG, 그 완벽한 메타버스의 구현? ③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9.16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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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발선을 어떻게 끊었느냐, 거기서 큰 차이가 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시겠지만, 우리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국내서도 스토리 위주의 게임이 한창 인기였잖아요. 그런데 불법 복제에 대한 처벌이 강했던 북미 등과 달리 국내에선 처벌이 약하다 보니 불법 복제가 만연했고, 결국 게임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스토리 게임들이 족족 망하기 시작한 거죠. 그러던 중에 MMORPG란 장르에서 리니지란 희대의 걸작이 탄생한 거예요. 리니지의 성공을 보며 국내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아, 국내에선 저런 종류의 게임이 통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그때부터 너도나도 MMORPG 개발에 뛰어든 거라고 봐요.”

왜 국내에선 유독 MMORPG가 대세인지 묻는 말에 국내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의 대답이었다. 비록 국내 게임 시장의 큰 부분을 점유한 3N으로 약칭되는 3사(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만큼은 아니었지만, 현재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MMORPG를 출시한 게임사 관계자의 말이었기에 더욱 신빙성이 있었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에서 MMORPG의 영향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사진은 MMORPG 로스트아크의 트레일러의 한 장면. [사진=스마일게이트RPG 제공]
현재 국내 게임 시장에서 MMORPG의 영향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사진은 MMORPG 로스트아크의 트레일러의 한 장면. [사진=스마일게이트RPG 제공]

현재 국내 게임 시장에서 MMORPG의 영향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그 장르명에서 알 수 있듯, MMORPG는 게임 속 등장인물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존 RPG(역할 수행게임)가 확장된 개념으로, 온라인으로 연결된 수많은 플레이어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RPG 장르를 일컫는 말이다.

‘등장인물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일까? 이는 게임이용자가 ‘어떤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돼 그 역할을 연기한다’는 뜻으로, 앞서 언급했듯 공주를 납치한 용을 무찌르는 이야기 속 용사가 되거나, 세계를 집어삼키려는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영웅의 역할 등을 떠맡으며 제작자가 의도한 대로 시나리오의 종장까지 무사히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시나리오 중심의 RPG는 그동안 플랫폼(게임 기기)의 발전과 함께 여러 형태로 발전해왔다. 컴퓨터가 보편화하기 이전에는 여러 사람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게임 운영자의 주관 아래 주사위를 굴리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보드게임 방식의 TRPG(테이블탑 역할 수행게임) 방식이었다가,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부터는 컴퓨터 그래픽과 음악을 즐기며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CRPG(컴퓨터 역할 수행게임)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러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부터는 대규모 사용자가 하나의 가상공간에 접속해 함께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MMORPG 방식으로 진화하기에 이르렀다.

MMORPG는 현실에서는 상상으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가상세계에서 실제 나와는 또 다른 인물이 돼, 수많은 사람과 어울리며 현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측면에서 현재로선 ‘메타버스’에 가장 가까운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해진 말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메타버스 열풍이 전 세계 주식시장을 휩쓸고 지나가며 관련 주식들의 주가가 적게는 수 배에서 크게는 수십 배에 이르기까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주가가 크게 꺾이며 관심도 다소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데는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한다.

바야흐로 메타버스 시대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영어단어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영어단어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 현실 세계를 초월한 가상세계를 뜻한다. 본래 이러한 메타버스의 개념은 비단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 전부를 포괄할 만큼 방대하다.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의 동명의 저서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뿐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는 것,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듣고 활발히 토론하는 것과 같이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활동이 우리의 일상에 이미 깊숙이 스며든 메타버스 삶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

현대인의 몸은 물리적 공간에 구속돼 있으나, 동시에 대단히 많은 영역에서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거나 돈을 결제하는 행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는 행위, 활자화됐거나 영상으로 제작된 일상의 기록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 누군가의 글에 댓글이나 대댓글을 남기는 행위 등이 모두 현대인이 메타버스, 즉 현실 너머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어디 그뿐이랴. 배달의 민족이나 에어비앤비와 같이 현실에 실재하는 식당이나 숙박업소를 모방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엄밀히 말해 현실은 아닌 가상세계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묵을 장소를 택하며, 여행 계획을 짜는 것 역시 현실에서의 삶을 디지털 영역으로까지 확장한 메타버스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더하여 요즘은 가상현실 기기 등을 착용한 뒤 군인, 경찰, 소방관, 비행기 조종사, 차량 운전사, 기업 직원 등으로서 훈련을 받고, 실제 현장에서의 감각과 대응법을 익히며 업무에 숙련되게끔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현실을 모방한 모의 훈련을 통해 해당 업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이런 장비 혹은 소프트웨어를 ‘시뮬레이터’라고 하며, 이 역시 기존 현실을 디지털화해 반영하거나 확장한 메타버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메타버스에 관해 말할 때 게임, 특히 그중에서도 MMORPG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앞서 말한 다양한 형태의 메타버스에도 불구, 특정 세계관에 기반해 형성된 특정 세계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사회활동), 아이템을 사고팔며(경제활동),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는(문화활동) 등 또 다른 삶을 살아낸다는 측면에서 MMORPG만큼이나 메타버스를 구현해낸 것은 현재로선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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