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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플레이션의 기습, 국내 우유 시장의 향배는?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9.0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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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의 합성어).’

마시는 흰 우유를 비롯해 버터, 치즈, 분유 등의 유제품뿐만 아니라 빵, 과자, 커피 등 우유 관련 제품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식품 가격 인상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비교적 둔감했던 우유도 가격이 폭등하는 밀크플레이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유업계와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우유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우유 [사진=연합뉴스]

밀크플레이션 발생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우유와 유제품을 만드는 원유 가격 결정 기준이 주요인으로 꼽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낙농가, 유업체는 원유 가격을 두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여 왔다.

저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자.

지금까지 원유 가격은 낙농가 생산 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는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해 왔다. 즉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가 크게 늘어나면 자동으로 원유 가격도 올리는 구조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원유 기본 가격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산비 증감액이 ±4% 이상이면 같은 해, 미만이면 2년마다 생산비 증감액을 반영해 조정된다.

이는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낙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 매년 일정 물량을 생산비에 연동해 매입하고, 유업체엔 비싼 원유 구매 가격 일부를 지원하는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 차액 보전을 골자로 하는 현행 낙농 제도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문제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음용유(마시는 우유) 양이 줄면서 불거졌다. 사실 생산비 연동제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우유가 시장에 얼마나 많고 필요한지는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원유는 정해진 쿼터에 따라 생산되고, 결정된 원유 총량은 소비 규모와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으로 모두 유업체에 납품된다. 유업체가 사야 하는 원유 총량과 가격은 고정돼 있는데, 그 가격에 모두 내다 팔 시장이 없어지니 잉여가 생기게 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원유 생산량은 203만톤 수준이지만, 국내 음용유 소비량은 연간 175만톤에 그친다. 유업계가 팔리지도 않는 음용유를 비싼 값에 매입해 우윳값이 더 비싸지게 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우유 가격이 비싸 소비를 줄이고, 유업체는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싶어도 생산비 연동제 탓에 내릴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생산비 연동제를 보완하고자 대안으로 나온 게 ‘용도별 차등 가격제’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는 음용유와 가공유(유제품을 만들 때 쓰는 우유)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음용유 중심에서 가공유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가격 책정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것이 적용되면 음용유는 리터당 1100원인 현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는 이보다 저렴한 리터당 800원대 수준으로 책정된다.

정부 차원에서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논의되자 유업계는 원유를 싸게 살 수 있어 쌍수를 든 반면, 낙농가는 소득 감소를 우려해 반대해왔다. 사료 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유업체의 추가 구매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또 일부 낙농가는 지난 10년 간 원유 수취 가격(기본가격+품질에 따른 인센티브)이 25원 오른 반면, 우유 소매 가격은 10배나 더 많은 260원이 올랐다며 우유 값 인상 배경으로 생산비 연동제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렇게 낙농가와 유업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원유 가격 결정이 늦어지게 됐고, 이것이 수급에 차질을 불러일으키며 밀크플레이션을 야기하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과 총궐기대회'에서 도내 낙농인들이 규탄의 뜻을 담아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과 총궐기대회'에서 도내 낙농인들이 규탄의 뜻을 담아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서울우유가 선수를 치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16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축산 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 경영 안정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목장 경영 안정 자금은 서울우유에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 가격을 리터당 58원 높이는데 활용된다.

이러한 결정과 함께 서울우유 측은 “당분간 소비자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유 가격을 올린 서울우유가 언제가 됐든 향후 소비자 가격까지 올린다면 다른 유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인상할 여지는 충분하다면서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낙농가와 유업계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최근 상황이 반전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부터 정부의 강한 용도별 차등 가격제 추진과 생계 위기감, 서울우유 원유 가격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낙농협회가 타협의 손길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가와 간담회를 개최했고, 낙농 제도 개편 추진을 반대해왔던 낙농가들이 개편안을 받아들이며 본격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원유 가격 인상, 음용유 규모 등 정부와 낙농가, 유업계 간 입장차가 여전해 진통이 예상된다. 또 낙농 제도 개편과 함께 원유 가격 인상 논의도 함께 이뤄져 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국내 우유 시장은 수입산 우유의 파상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수입산 우유에 눈을 돌리며 수입 유제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우유 수입액은 1332만7000달러(184억7788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8만7000달러(116억2857만원) 대비 58.9%나 증가했다. 수입량 역시 1만1585톤에서 1만8420톤으로 60%가량 늘었다.

특히 폴란드산 우유는 해당 기간 수입 우유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7월까지 전체 누적 수입액의 66.4%인 885만달러를 폴란드산이 차지했다. 폴란드산 우유의 경우 1리터 제품 가격대가 1300원대 수준이다. 시판 중인 국내 일반 우유인 서울우유의 리터당 가격이 27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정도에 그친다. 1리터 12팩으로 구성된 상품은 리터당 1192원 꼴로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폴란드는 소를 목초지에서 방목하는 형식으로 키우기 때문에 국내 우사 사육 방식보다 생산비가 적게 들어가 가격이 저렴한 편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수입산 우유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A(32)씨도 “최근 폴란드산 멸균 우유를 샀다. 믈레코비타 멸균 우유라고 우유 중에서 저렴한 편이다. 배송비를 합쳐도 1리터에 1500원 꼴에 지나지 않는다”고 수입산 우유의 가격 메리트를 설명했다.

한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부터 유럽·미국산 유제품에 붙던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 유제품 가격은 더 내려갈 수밖에 없고, 수입산 유제품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는 유제품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원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농가 수입까지 자연스럽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우유 가격 체계를 신속 정밀하게 구축해 국내산 우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수입 우유 공세로 국내 시장에 지각 변동과 함께 판도 변화가 이뤄질지, 밀크플레이션 위기가 코앞으로 찾아온 국내 우유 시장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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