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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야상곡,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7.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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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기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무렵 가수 김윤아 씨를 처음 만났다. 실제로 만난 건 아니고, 당시 우연히 들른 문방구에서 악보 피스가 진열된 코너를 지나고 있었을 때 동양풍 옷을 걸친 20대 여성이 그려진 표지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야상곡’

제목으로 적힌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피스를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가사의 첫 구절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피스를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상곡 악보 피스에 있던 김윤아 씨 [사진=유튜브 캡처]
야상곡 악보 피스에 있던 김윤아 씨 [사진=유튜브 캡처]

표지의 여성은 바로 김윤아 씨였고, 그가 부른 야상곡은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란 구절로 시작했다. 당시 폭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던 기자는 문자 그대로 ‘바람에 심취’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방이 막힌 교실에 앉아 있기가 너무나 버거웠고, 그래서 등교하는 대신 하릴없이 산과 들, 거리를 쏘다녔으며, 그러다 문득 바람이 몸을 휘감아 오기라도 하면 돌연 설움이 복받쳐 끅끅대며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때의 바람은 정말이지 기자의 들끓는 가슴을 달래주던 유일한 벗이었다.

야상곡이 기자의 애창곡이 된 건 금방이었다. 그렇다고 음치인 기자가 직접 부르는 건 스스로 듣기에도 고역이었기에, 틈날 때마다 피아노로 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창밖으로 석양이 질 무렵 고조된 감정으로 피아노를 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수천 번을 반복해 치면서 손가락은 자연스레 건반을 기억하게 됐고, 19년이 흐른 지금까지 야상곡은 기자가 악보 없이 칠 수 있는 유일한 피아노곡으로 남았다.

자우림.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이란 의미로 김윤아 씨가 보컬을 맡은 혼성 3인조 록밴드의 이름이다. 동시에 1997년 ‘Hey Hey Hey(헤이헤이헤이)’로 데뷔한 이래 올해 25번째 생일을 맞은 국내 최장수 밴드이기도 하다. 김윤아 씨의 오랜 벗인 이선규 씨와 김진만 씨가 각각 기타와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비록 이들의 앨범이 발매되거나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꼬박꼬박 챙겼던 열성 팬은 아니지만, 자우림이 부른 많은 노래는 기자의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오래도록 큰 힘이 됐다. 그 특유의 구슬프면서도 애달픈 음률은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하며 외로움을 자주 달래줬고, 특히 김윤아 씨에게서 터져 나오던 거침없는 육성은 차마 못다 한 갈애의 외침을 대신 내질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주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얼마 전 평소 자우림의 열성 팬이었던 지인이 자우림 콘서트에 참석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망설임 없이 기자도 함께 가겠다고 선뜻 나섰다. 가수 콘서트에 가겠답시고 먼저 나선 것은 서른여섯 해를 살아오며 처음이었고, 그래서 콘서트를 하루 앞두고 지인으로부터 “공연 가면 3시간 가까이 방방 뛰어야 해요”란 말을 들었을 때, 평소 흥이라곤 전혀 없던 기자로서는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뛴다고? 3시간을?!’

자우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로는 처음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밴드 결성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개최했다. [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우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로는 처음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밴드 결성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개최했다. [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우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로는 처음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밴드 결성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개최했다. 같은 날 스페셜 앨범 ‘해피 25th 자우림(HAPPY 25th JAURIM)’도 발표했다.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첫 콘서트였기에 지난 2년간 손뼉을 치는 것만 허락됐던 다른 콘서트와 달리 함성과 떼창(여럿이 떼 지어 노래 부르는 것)도 허용됐는데, 공연 전날 기자가 자우림의 ‘방방 뛸 정도로 신나는 노래’를 익히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남들은 다 흥에 겨워 뛰고 있는데, 홀로 몇 시간 멀뚱히 서 있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던 것이다.

자우림의 소속사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번 공연 티켓은 지난 5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다.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전량 다 팔렸다는 얘기다. 이번에 표를 예매한 지인 역시 티켓 오픈과 동시에 광클(마우스 광속 클릭)을 했음에도 공연장 후미 좌석을 얻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우림이 국내 최장수 밴드로서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가 참석한 건 사흘간 진행된 콘서트의 마지막 날인 7월 3일이었다. 기자는 공연 시작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했는데, 올림픽홀 앞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이미 몇몇 관람객이 도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자우림의 25주년을 기념하는 로고가 박힌 굿즈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선 팬들의 모습도 보였다. 35℃를 넘는 무더위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열성에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공연 막바지에 허용된 촬영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공연 중에 금지됐다. 공연은 미리 선정됐던 30여명의 팬들이 중간 무대에 모여 부르는 생일축하 노래로 시작됐고, 자우림의 인상 깊은 등장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실제로 마주한 건 처음인 김윤아 씨는 19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도 피스에서 봤던 당시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자우림이 등장하자마자 수천의 사람들이 일제히 열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래서 기자도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초반의 삐그덕대던 몸짓도 잠시, 둠칫둠칫 언제부턴가 환호하며 물개박수를 치는 기자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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