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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피플] 국경없는의사회의 메시지 “지금 지구 건너편에 실재하는 고통에 관심을” (下)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7.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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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콘퍼런스도 개최한 것으로 압니다. 기후위기라면 환경단체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구호 활동과 기후위기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가요?

■ 맞아요. 얼마 전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지구 보건 콘퍼런스를 열었는데요. 기후변화와 인간 건강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갖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였어요. 실제로 우리는 전 세계 활동현장에서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크게 실감하고 있어요. 자연재해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강해짐에 따라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인구가 늘고 있고, 가뭄이 확산하면서 식량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어요. 가뭄으로 흉작이 야기되면 이것이 다시 영양실조로 이어지고, 반대로 강우량이 급증해 해충과 질병이 창궐해도 흉작이 되면서 영양실조가 발생하죠. 극지방의 빙상과 빙하가 녹으면서 해안 지역에 바닷물이 유입돼 농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촉발된 영양실조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질병에 취약해지도록 만들어요.

기후위기로 인해 자연재해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도적 위기를 심화시킨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기후위기로 인해 자연재해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도적 위기를 심화시킨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그뿐만이 아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갈수록 우기가 길어지면서 병원균의 매개체인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말라리아 등 감염병 발병 범위가 급속도로 확장됐다. 기온 상승으로 모기의 서식지와 개체 수가 늘면서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 중 하나인 뎅기열 환자도 지난 20년간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뎅기열 위험군에 들어갔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또 기후위기는 분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후위기로 특정 지역에서 식량이나 토지 자원이 부족해짐에 따라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빈번해지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피란 생활로 내몰리게 되는 탓이다. 피란민들이 기아와 영양실조, 질병 등에 더 취약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기후위기가 인도적 위기를 심화하는 모습을 전 세계 거의 모든 활동지에서 오랜 시간 목격해왔고, 그래서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 아무래도 대부분의 운영 자금이 민간으로부터 오다 보니 후원의 중요성이 참 클 것 같습니다. 현재 후원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 후원 개발에 있어 다양한 접근을 취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거리모금을 비롯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유튜브 광고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또 후원자분들 중 많은 분이 네이버 해피빈 등 모금 플랫폼을 통해 일시적 후원을 했다가 정기후원으로 넘어오시기도 해요.

- 요즘에는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통해 디지털 간행물 유통도 알아보고 계신다고요?

■ 네, 기자님 덕분에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돼 현재 알아보고 있습니다. (웃음)

국내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국경없는의사회가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간행물을 유통하자고 제안한 것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서였다. 더 많은 이들이 더욱 쉽게 국경없는의사회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유통에 드는 비용은 따로 없는 반면, 불특정 독자가 밀리의 서재에서 해당 간행물을 내려받을 경우, 일정 횟수당 정산금이 지급되므로 또 다른 형태의 후원 통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물론 홍보 효과는 덤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후원개발을 위해 거리모금을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국경없는의사회는 후원개발을 위해 거리모금을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요즘 원격진료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데, 실제 활동현장에서는 어떤가요? 원격진료가 자주 활용되나요?

■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도 원격진료가 이뤄졌고, 특히나 직접 대면이 어려웠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원격진료가 많이 활용됐어요. 화상으로 감염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고요. 또 오랜 기간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한 결핵, 특히 다제내성 결핵(MDR-TB) 치료 등에도 원격진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환자가 피난 중이거나 분쟁·재해 지역에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의료시설을 방문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원격진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동안 국경없는의사회 커뮤니케이션팀에서 활동하며 힘든 점이나 보람된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나요? 가장 기억나는 몇 가지 부탁드립니다.

■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에게 인도주의적 위기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팀의 가장 큰 목표인데, 사실 우리가 전하는 내용이 대중적으로 널리 관심을 끌 만한 이야깃거리는 아니잖아요. 누군가 다치고, 병들고, 심지어 죽기도 한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과연 어느 누가 자주 듣고 싶겠어요?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분이 관심을 쏟고 귀 기울여 주실까, 어떻게 하면 그런 이슈에 대해 좀 더 궁금해하고 더 보게 할 수 있을까, 그게 늘 큰 고민거리예요. 보람을 느끼는 때라면, 당연히 현장에서 어느 환자가 도움을 받고 무사히 건강을 회복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에요.

- 일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나 이 부분은 좀 더 개선했으면 좋겠다, 이런 점이 있다면요?

■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더 많은 분께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 그 말씀은 지금 손발이 너무 부족하니 인력 좀 확충해 달라는 뜻인가요?

■ 그게 그렇게 되나요? (웃음) 아니에요. 우리는 후원자분들이 보내주신 후원금의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인원 한 명 늘리는 것에도 참 많은 고민을 해요. 본부에서도 인력 확보에 대한 승인 절차를 철저히 하고 있고요.

- 혹시 직원들과 연봉협상도 하나요?

■ 아뇨. 연봉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봉협상을 별도로 하진 않아요.

-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국장님은 무엇을 전공하셨나요?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 저는 학부 때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전혀 생뚱맞죠? (웃음) 그리고 석사 때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어요. 또 다른 민간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서 5년 정도 일했고, 이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서도 9개월 정도 일했어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한 건 3년쯤 됐네요.

- 코이카야 정부 출연 기관이니 그렇다 쳐도, 그동안 주로 비영리 단체에서만 일하셨다는 건데, 굳이 그러셨던 이유가 있나요?

■ 일부러 비영리 단체만 고집한 건 아니에요. 그저 가장 맞는 일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엔 종교적인 사명감으로 시작한 부분도 없잖아 있었지만, 하다 보니 일이 재밌고 제게도 맞는 것 같았어요. 제가 하는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도 찾고 보람도 느낄 수 있었고요. 지금은 한국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현장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지금도 현장에서 접하는 이야기를 직접 수집해 각국 사무소에 전달하는 현장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있는데, 언젠가는 제가 그 역할을 맡고 싶어요.

- 현장 기자 같은 거네요?

■ 네, 맞아요.

- 최근 새로이 가정을 꾸리신 것으로 압니다. 이제 신혼이실 텐데, 그런 말씀을 들으면 다른 가족분들과 특히 남편분이 크게 걱정하실 것 같은데요.

■ 맞아요. 이런 말을 꺼내면 아무래도 부모님이나 남편은 많은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래도 현장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을 잘 아니까 이해는 하는 편이에요. 다만 가더라도 너무 오래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지만요. (웃음)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모두는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모두는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제가 지금 있는 언론사를 나와 국경없는의사회에 지원하는 게 먼저일지, 국장님이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나오는 게 먼저일지 모르겠지만, 혹 후자라면 꼭 연락 주십시오. 언제든 우리 기자로 채용할 테니까.

■ 네?!

웃자고 한 말이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빈말은 아니었다. 인터뷰 전 국경없는의사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러 글을 읽어봤는데, 그중 많은 글이 한성하 국장 본인이 쓴 것임을 뒤늦게야 알게 됐다. 필요한 내용을 명확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건 기자로서 참으로 큰 강점이다. 무엇보다 한 국장이 인터뷰 도중 내비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은 우리 업다운뉴스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과도 일맥상통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 오랜 시간 국내에만 계셨던 분들로서는 깊이 체감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세계 저 어딘가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관심을 쏟고 들어주셨으면 해요. 정말 조금만이라도요. 전 어떤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선 우선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어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그와 관련된 논의도 이뤄지고, 지원도 이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 커뮤니케이션팀의 역할도 바로 그런 이야기를 세상에 더 널리 알리는 것에 있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에요.

경제산업팀장

 

글쓴이는 – 5년 전 국경없는의사회 로지스티션으로 지원하고자 생전 연고도 없던 공사현장을 따라다니며 건설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반년쯤 지난 어느 날 공사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왼쪽 발목 인대 3개 중 2개가 끊어졌고, 남은 1개도 거의 끊어질 수준의 손상을 입어 수개월을 홀로 집안에서 갇혀 지내야만 했다. 그 사고를 계기로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겠다는 결심은 잠시 접어뒀지만, 먼 미래 언제라도 활동가로서 지원하겠다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취재 후기 - 지금도 세계 어딘가, 많은 이들이 그 존재조차 모를 지역에서 일하고 계실 모든 활동가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요즘은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레이저 빔 따위를 쏘며 지구를 침공한 적들과 사투를 벌이는 영화 속 인물들이 ‘영웅’으로 불리는 세상이지만, 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가상의 인물과 그런 영웅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실제로 본인들이 누리는 인기만큼 세상에 이바지했을지는 의문이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여전히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에도 자기 이상의 무언가를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을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의 헌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모든 인간을 합리적이면서도 이기적이라고 정의한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틀렸다. 세상이 좌충우돌하면서도 여전히 건재하는 건 완고한 이기(利己)의 경계를 넘어 이타(利他)로 나아가려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3만원이면 500명이 한 달간 넉넉히 사용할 수 있는 물 30만리터를 정화할 수 있고, 4만5000원이면 영양실조에 걸린 한 어린이에게 영양가 높은 영양 치료식을 5주간 제공할 수 있으며, 5만2000원이면 안전한 예방접종과 질병 예방에 필요한 멸균 주사기 800개를 구입할 수 있다. 이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치다.

기자는 수년 전부터 소액이나마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식사 한두 끼에 사라지고 말 돈이, 지구 건너편 어딘가에서 수십 수백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과연 그만큼 효율적이고 보람찬 일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기자는 연봉이 올라갈 때마다 기부금을 늘릴 예정이며, 특히 일정 금액 이상으로 연봉이 올라간다면 누진율을 적용해 기부금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부디 기자의 현 고용주, 또 미래의 고용주께서 이 말을 소홀히 넘기지 않으시길 바랄 뿐이다.

끝으로 최근 6개월간 남수단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소아과 전문의 최용준 구호활동가의 말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활동 현장에 있는 물품, 의료기기, 약품은 물론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간호사, 약사, 의사, 비의료인 인력까지 전부 포함해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그 모든 것이 여러분이 주시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환자를 보고 치료할 때, 저는 저 혼자 환자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때마다 후원자 여러분과 한 팀으로서 지금 환자를 보고 있구나, 그렇게 느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여러분이 주시는 후원금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생명을 살리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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