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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뒷담화가 취미이자 특기인 당신에게 (上)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06.3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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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행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 고행자입니다. 살다보면 온갖 역경과 좌절과 함께 고행의 소용돌이로 빠져듭니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도 늘어납니다. 인생커리큘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해하고 깨쳐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하죠. 그 성장을 위해 우리의 고민과 아픔, 상처를 그대로 마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뒷담화를 하시나요?”

당신이 만약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한다면, 셋 중 하나일 것이다. 거짓말쟁이이거나 성인(聖人)이거나, 스스로가 뒷담화를 한다고 인지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필자가 취재를 위해 주변에 이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모두가 ‘한다’고 답했다. 어찌 보면 이는 너무 자연스러운 결과다. 뒷담화는 통상적으로 ‘뒤에서 하는 타인에 대한 욕설’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말을 조금 더 정확하게 살펴보면, 뒷담화의 담화(談話)는 이야기라는 의미다. 즉,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뒷담화란 말이다.

넓은 의미의 뒷담화는 우리 일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재승 교수는 자신의 저서 ‘열두 발자국’에서 “일반적인 대화의 65%가 뒷담화”라고 말했다. 또한 2016년 '영국발달심리학저널(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뒷담화는 미취학아동 때부터 시작된다. 사람은 3세부터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를 시작하고,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5세부터 남을 평판하는 행동에 힘이 실린다.

소수의 사람이 모여 뒷담화하는 행위는 신뢰할만한 사람과, 거리를 두고 피해야 할 사람을 구분하는 수단으로서 인간의 본능이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뒷담화에 대한 의식을 조금만 갖고 주변 대화를 들어보면, 뒷담화하는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사피엔스스튜디오 ‘틈만 나면 욕하는 사람, 대체 왜 그럴까? 뒷담화 대처, ‘이렇게’만 하세요!’ 중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사피엔스스튜디오 ‘틈만 나면 욕하는 사람, 대체 왜 그럴까? 뒷담화 대처, ‘이렇게’만 하세요!’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네버엔딩 스토리, 엄마의 뒷담화

“글쎄 문선이가 업무시간에 진희를 찾아가 내가 ‘도규씨 대타냐?’고 소리를 질렀다지 뭐야? 문선이 입장에서는 진희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느낀 거지. 그런데 진희는 이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냐며 섭섭하다는 거야. 문선이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 참다 참다 폭발한 거지.”

필자 어머니는 40년간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얼마 전 은퇴하셨다. 은퇴한 직후에는 집에서 쉬는 게 너무 좋다고 하셨지만, 얼마 안 가 집에 있는 게 지루하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이내 새로운 직장을 구하셨다. 그리고 퇴근 후 매일 직장 내 친한 아주머니와 통화를 하시며 직장 내 있었던 일을 갖고 동료들 뒷담화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신다.

대화 내용만 듣고 있노라면 자못 심각한 상황 같지만, 대화를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표정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노라면 즐거워 보이신다. 욕이라고 보기는 애매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건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렇게 저렇게 다른 사람에게 옮기며 그것을 즐기시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는 채 30분도 못하지만, 정작 남의 이야기는 몇 시간이고 끝이 날줄 모른다. 조금은 씁쓸한 엄마의 뒷담화가 아닐 수 없다.

욕인가 대화인가, 친구의 뒷담화

“XX 지시도 애매모호하게 하고,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책임감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으면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회사에서 안 잘리고 여태 남아있는지 신기하다니까?”

“그 XX가 얼마나 멍청하고 감정적인지 알아? 문제는 자기가 이성적이고 유능한줄 안다는 거야. 주변 사람들은 다 욕하고 있는데 자기는 몰라. 진짜 X같은 XX야. 내가 같이 일하기 싫어서 꼭 이직한다.”

필자는 30대 초반이다. 그렇기에 필자 친구들은 직장인 초년생부터 팀장까지 다양한 직위에 포진해 있다. 통상적으로 초년생에 더 가깝지만, 완전한 신입은 아닌 직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 만큼,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 주제에서 ‘직장’ 이야기가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이 직장 뒷담화에서는 상사 욕이 빠지는 경우를 못 봤다.

친구와의 대화는 통상적으로 ‘공감해 줄 수 있는 내 편’이라는 전제 하에 시작되기에 감정이나 진실한 속마음을 더 솔직하게 더 노골적으로 털어놓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표현에 더 자유롭고 거침이 없다. 실로 속사포 랩처럼 쏟아지는, 대화의 50%는 욕으로 이루어진 직장상사의 뒷담화를 듣고 있노라면 그 친구가 얼마나 답답해하고 힘든지가 느껴진다.

이 단편적인 사실만 놓고 보면 필자 친구들이 평소에도 불평이 많은 ‘프로 불평러’로 보일 수 있겠지만, 직장 상사 뒷담화 외에는 불평을 하는 것을 본적이 거의 없다. 평소엔 전혀 친구 뒷담화나 남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 친구부터, 직장에서 상사에게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친구까지 상사 욕을 하지 않는 친구는 없었다.

직장 상사가 욕먹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걸까?

■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주제, 동생의 뒷담화

“민준이랑 서희랑 둘이 카페에 있다가 발견된 거 있지? 둘이 그렇게 친하지 않은 척 하더니 결국 비공개 커플 인스타 있는 것도 들통 났잖아.”

“소연이 소개팅했대. 들었어? 전 남친 완전 가스라이팅 장난 아니었는데 이번 소개팅남은 착한 거 같다고 하더라. 군대? 다녀왔다고 한 거 같은데, 미필 만나는 건 오버지.”

한 대학가 카페에서 귀를 열고 가만히 앉아 있자 이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카페에서 들은 20대 학생들의 뒷담화는 주변 친구들의 가십이 대부분인 듯 했다. 가장 잦은 빈도로 들린 주제는 연애 혹은 인간관계에 관한 대화였다.

성인이지만 모든 게 서툰 나이, 한국의 20대가 그렇지 않을까. 특히 인간관계가 급격히 확장되며 이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20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필자도 20대 대학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다른 친구들이나 연애 이야기를 많이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뒷담화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후에도 아마 이 같은 내용의 뒷담화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뒷담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연합뉴스]
뒷담화는 계속된다. [사진=연합뉴스]

뒷담화를 하는 심리와 욕구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틈만 나면 욕하는 사람, 대체 왜 그럴까? 뒷담화 대처, ‘이렇게’만 하세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뒷담화를 하는 이유로 ‘고립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김 교수는 ▲행복하지 않고 ▲늘 불안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을 찾아 느끼는 우월감으로 ‘못난 안녕감’을 느끼고, 뒷담화에 대한 ‘공감’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악의 뒷담화 유형으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다수도 싫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용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수 뒤에 숨어 싫어하는 감정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고립되는 것에 불안이 큰 사람은 내 감정이 다수 감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뒷담화에 몰입한다는 지적이다.

또 뒷담화하는 사람보다 더 최악의 사람으로 ‘남의 말을 옮기는 사람’을 꼽았다. 이는 타인의 말에 자신의 욕구를 투영시킴으로써 욕은 하고 싶지만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은 비겁한 사람이라는 것.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뒷담화를 하는 이유가, 동전의 양면처럼 뒷담화의 순기능·역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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