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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한전의 눈덩이 적자, 결국 국민만 휘청 (下)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6.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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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문제를 더욱 키운 건 이러한 한전 적자에 대한 안일한 시각이다. 많은 국민이 한전 적자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 이면에 ‘한전은 절대 국가가 망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라는 뿌리 깊은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이 한전의 문제 개선 노력을 저해하고, 국민 스스로 현 사태를 어쩔 수 없는 만성적 상황으로 수용하게끔 만든 것이다.

한국전력공사법 제16조에 따르면, 한전의 사채 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하게끔 돼 있다. 적립금에는 이익준비금, 임의 적립금, 미처분잉여금, 기타자본이 포함되며,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은 총 45조9000억원이었다. 이 2배에 해당하는 91조8000억원이 올해 사채 발행 한도이며, 한전은 6월 현재까지 이미 50조원가량의 사채를 발행한 상황이다.

따라서 남은 41조8000억원이 한전의 올해 남은 사채 발행 한도다. 한전의 대규모 영업적자가 지속될 시, 조만간 적립금이 감소하며 추가 차입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자를 메우고 기존 차입금을 갚을 방편마저 어려워진다면, 한전에 남은 것은 파산뿐이다. 더구나 손실이 늘어날수록 회사채 금리가 급등해 자금조달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국제유가와 한전 영업실적 추이 [사진=기후솔루션 제공]
국제유가와 한전 영업실적 추이 [사진=기후솔루션 제공]

문제는 같은 법령에 근거, 정부가 한전이 발행하는 사채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한전을 파산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많은 이들의 생각도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달리 말해 유사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한전의 자체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으나, 장기신용등급은 기존 AA를 그대로 유지했다. 자체신용등급은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반면, 장기등급은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했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정부 지원이 방패막이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전의 적자가 커지더라도 원인 파악과 문제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쩔 수 없는 적자라면 감수해야겠으나, 충분히 체질 개선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늑장 대응을 해왔다는 말이다.

“현재 상황이 초래된 근본적인 원인은 한전의 지나친 화석연료 의존도 때문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의 말이다. 그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전 세계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음에도 우리나라는 정책결정권자들이나 관련 부처 담당자들이 아직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기존의 관행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비싸서 비효율적이란 주장도 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발전 수준이 아직 초입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를 국가 차원에서 장려해온 유럽 국가들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이미 크게 낮아졌다. 심지어 2020년대 후반부터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발전단가가 우리나라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말대로, 현재 우리나라 전력의 60% 이상은 화석연료 발전으로부터 나오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전체 발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은 만큼, 한전의 적자가 재생에너지의 높은 발전단가 때문이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한전의 적자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최근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한 데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이들 두 국가의 분쟁이 끝나 국제 에너지 가격이 본래 수준으로 안정화된다면 한전 상황도 나아지지 않을까?

한전의 대규모 영업적자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실패와 좌초자산 위험을 키워온 데 있다. [사진=세계은행 제공]
한전의 대규모 영업적자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실패와 좌초자산 위험을 키워온 데 있다. [사진=세계은행 제공]

그렇지 않다는 게 기후솔루션 측 주장이다. 이는 수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탈석탄 기조가 강화돼왔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그에 역행하는 투자 결정을 내려온 탓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로 점차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을 ‘좌초자산’이라고 부르는데,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짐에 따라 시장 규모가 축소돼 사업 지속성이 불확실해진 화석연료 기반 산업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한전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지역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하는 등 스스로 좌초자산 위험을 키워왔다. 일례로 한국개발연구원은 2020년 한전이 지분 투자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건설하고 있던 석탄발전소 자바 9·10호기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한전의 투자 손실 규모를 708만달러(88억원)로 평가한 바 있다.

작금의 사태가 초래된 또 다른 중요 원인으로 전 정부가 자의적으로 전기요금을 억눌러온 것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정치 논리가 한전을 만성 적자 구조에 빠뜨렸다는 말이다.

지난 정부의 원전 비중 축소와 관련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은데, 원전의 생산 단가는 매우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의 원전 생산 단가에는 폐기물 처리 비용 등 위험회피비용이 빠져있다. 따라서 이를 더하면 원전 생산 단가는 재생에너지 생산 단가보다 더 높아진다. 하지만 원전 비중 축소를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가 한전의 전력 판매가를 억눌러 온 것이 조기에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대응 시기를 놓치게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화석연료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한전의 안일함과, 정치 논리로 전기요금을 억눌러온 정부의 콜라보. 그렇게 덩치를 불려오던 문제가 이번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마침내 터져 나왔다는 판단이다.

한전의 적자는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세금을 쏟아부어 메우는 수밖에 없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국민 부담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담은 가뜩이나 물가 전반이 급등하고, 더워지는 날씨에 전력 수요마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요즘, 서민들에게는 크나큰 고통을 안겨다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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