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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시스터즈처럼...이경훈, 타이틀 최초 방어로 풀어낸 '약속의 그린' 방정식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5.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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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한국 남자골프가 새로운 도약의 이정표를 세웠다. 서른한 살 이경훈(CJ대한통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한국 도전사에서 처음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우뚝 서면서다.

최경주가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첫 코리안 위너로 신기원을 연 지 꼭 20년 만에 처음으로 같은 대회를 2연속 제패하면서 한국 남자골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쾌거로서 의미가 크다.

특정 대회의 코스 분석과 차별화된 대응력으로 타이틀 방어를 이어가면서 아성을 쌓아 LPGA 정복 지도를 확대해온 코리안 시스터즈처럼 ‘지켜내는’ 성공 방정식을 처음으로 풀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경훈이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2연패 사이에 얻은 딸, 그리고 아내 유주연 씨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경훈이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2연패 사이에 얻은 딸, 그리고 아내 유주연 씨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경훈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벌어진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 달러·우승상금 163만8000달러)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승부처인 12번홀에서 이글을 따내고 버디 7개를 보태는 ‘노 보기’ 행진 속에 9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맹추격한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차로 제치고 2연패를 달성했다. 전날까지 선두에 4타 뒤진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퍼트만 24번만 하는 등 신들린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 우승으로 지난해 차지한 보위를 굳게 지켜냈다.

사실 이날은 코리안 '남매'의 동반 우승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11일 한국 남녀골프의 대표주자인 임성재와 고진영이 한날 사상 최초의 PGA,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동시 석권으로 새로운 장을 연 뒤 7개월 만에 맞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당시 임성재는 PGA투어 100번째 무대인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올렸고, 고진영은 LPGA파운더스컵에서 개인 10승 고지를 밟았다.

임성재가 이 대회에서 한국 남자선수들의 PGA 통산 타이틀을 20승으로 늘렸고, 고진영도 그 다음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여자선수 통산 200승을 돌파하면서 이번에 남녀 동반 제패 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던 것이다.

특히 공교롭게도 타이틀 방어 시기가 겹쳐 이경훈과 고진영이 지난해 우승 기세를 이어 나란히 정상에 선다면 최초의 남녀 동반 2연패의 위업이라는 신기원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이날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몽클레어 컨트리클럽(파72·6656야드)에서 끝난 LPGA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는 데 그쳐 공동 17위(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호주 동포 이민지(19언더파 269타)가 통산 7승으로 정상에 섰다.

그래도 이경훈이 2년 연속 승전보를 전하면서 한국 남자골프의 성공 가도를 새롭게 열게 된 것은 의미 있는 결실로 평가된다.

LPGA에서 코리안 시스터즈가 유독 강한 무대는 파운더스컵이다. LPGA 투어 창단 멤버 13명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한국은 지난해까지 꼭 절반인 5차례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효주, 김세영이 2015, 2016년 내리 우승하더니 박인비가 2018년 정상을 탈환한 뒤 고진영이 2020년 코로나19로 대회가 중단된 것을 빼고 2019년과 지난해 2연패를 달성했던 ‘약속의 무대’였다.

이경훈 프로필 [그래픽=연합뉴스]
이경훈 프로필 [그래픽=연합뉴스]

이제 코리안 브라더스는 이경훈을 통해 ‘영광의 땅’을 하나 찾아냈다. 파운더스컵만큼 골프의 전설을 기리는 전통이 깊은 경연장이다.  대회 창설 이듬해인 1945년 한해에만 35개 무대에 참가해 단일 연도 최다 18승 퍼레이드를 펼쳤던 전설의 골퍼 바이런 넬슨의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1968년 그의 이름이 붙여진 대회로 78년 전통을 자랑한다.

특히 이경훈의 이번 2연패는 역대 레전드들의 수성 기록과 비견되면서 더욱 주목을 끈다. PGA통산 최다 82승에 빛나는 전설의 장타자 샘 스니드(1957·1958년), 73승(통산다승 역대 3위)의 잭 니클로스(1970·1971년), 39승(역대 10위)의 톰 왓슨(1978·1979·1980년)에 이어 42년 만에 성공한 디펜딩챔피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린 것이다. 82승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1997년 한번밖에 트로피를 치켜들지 못한 이 대회의 통산 4번째 수성자이기에 이경훈의 위업은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인다.

더욱이 이 대회는 한국 남자선수들의 최다 우승 텃밭으로 각인될 만하다. 배상문과 강성훈이 각각 2013, 2019년 데뷔 우승을 신고한 무대였고,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개최를 건너 뛰어 3회 연속 우승자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한국 선수의 총 21차례의 정상포효 가운데 5분의 1가량이 이 ‘영광의 그린’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진 셈이다.

이제 이경훈은 최경주(8승), 김시우(3승), 양용은, 배상문, 임성재(이상 2승)에 이어 한국의 6호 멀티 위너로 도전 무대를 넓힌다. 그간 여러 대회를 거치며 우승 스무고개를 넘었던 한국 남자골프에 21호 트로피를 보탠 이경훈은 2연패의 기세를 살려 메이저 무대를 넘본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거쳐 2016년 PGA 2부 투어를 통해 미국 무대를 밟은 뒤 2018-2019년 시즌부터 정규투어에서 활약한 첫 성과로 지난해 출산을 두 달 앞둔 아내 유주연 씨에게 소중한 선물을 바쳤지만 그 이후로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톱10 진입은 지난해 7월 한번에 그쳤고 올해는 3~4월 충격의 3연속 컷 탈락까지 경험했다. 코치, 캐디 교체를 통해 심기일전, 지난주 웰즈파고 챔피언십에서 공동25위로 심신을 추스린 뒤 집중력을 강화해 수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부진의 고리를 그렇게 끊어낸 끝에 ‘엘리트 그룹’ 일원으로 당당히 명성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경훈은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지난주 88위보다 47계단이나 뛰어오르며 41위에 랭크됐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20위)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순위.

지난해 이 대회에서 PGA투어 도전 ‘79전 80기’로 첫 정상에 서면서 59위까지 오른 뒤 1년 만에 메이저무대를 비롯한 특급대회 출전 자격이 부여되는 기준인 50위 이내 진입에 성공한 만큼 눈높이를 메이저 도전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경훈은 오는 19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무대인 PGA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컷 통과를 1차 목표로 세웠다. PGA투어닷컴에 따르면 이경훈은 우승 인터뷰에서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했는데 이번엔 경기력을 잘 살려 컷부터 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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