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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 넘어 '피크' 찍은 손흥민, '위대한 엔딩'도 대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5.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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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 

사람의 인식은 전체적 평가 시기에서 절정(피크)과 마지막(엔드)의 경험이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영화로 치자면 클라이맥스와 엔딩, 두 장면이 얼마나 좋으냐로 명작이 가려지는 식이다.

월드클래스의 손흥민에게도 적용될 만하다.

대선배인 ‘차붐’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36년 전 세운 한국축구 선수의 유럽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17골 기록을 마침내 경신하며 피크를 찍었다. 지난시즌엔 타이기록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시즌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만큼 손흥민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이 기세를 살려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득점왕 보위까지 넘보는 것이다.

한국축구의 살아있는 레전드로서 화려하게 정점을 찍은 것에 그치지 않고 해피 피날레를 통해 EPL 최고 골헌터로 위상을 끌어올리는 ‘위대한 엔딩’ 도전이다.

1일 한국인 유럽 단일리그 최다골기록을 경신한 손흥민이 환호작약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1일 한국인 유럽 단일리그 최다골기록을 경신한 손흥민이 환호작약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손흥민은 1일 밤(한국시간) 2021-2022 시즌 잉글랜드 PL 레스터 시티와 홈 경기에서 리그 18·19호골에 1도움을 묶어 토트넘의 3-1 쾌승을 이끌었다. 전반 22분 코너킥으로 공격 단짝 해리 케인의 헤더 선제골을 도와 ‘PL 최다 브로맨스골’을 41골로 늘린 손흥민은 후반 15분 오른발에 닿을 듯 말 듯한 유려한 볼터치로 왼발 터닝슛을 명중시켰다. 후반 34분에는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에서 환상적인 왼발 스핀킥으로 반대편 네트 상단에 강한 파문을 아로새겼다.

이 멀티골로 차범근 전 감독이 1985-1986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소속으로 17골을 넣은 단일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 한국축구 유럽도전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했다. 아울러 자신의 우상이자 경쟁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17골)을 제치고 득점 선두인 '파라오 골헌터' 무함마드 살라(리버풀·22골)와 격차를 3골로 좁혔다.

앞으로 남은 4경기에서 손흥민이 몰아치기로 골 감각을 폭발한다면 PL 단일시즌 역대 최다골(2017-2018시즌·32골) 기록 보유자인 이집트의 리빙 레전드 살라와 마지막까지 ‘골든 부트(득점왕)’를 놓고 불꽃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6경기 골성적을 놓고 보면 손흥민(8골)의 상승세가 살라(2골)을 압도한다. 손흥민은 지난 3월 20일 웨스트햄전서 멀티골(12·13호골)을 기록한 뒤 뉴캐슬전 14호골에 이어 지난달 10일 아스톤빌라전에선 해트트릭으로 4-0 대승을 이끌었다. 이후 2경기에서 숨을 고르더니 이날 다시 멀티골 사냥을 가동한 것이다. 살라는 같은 기간 지난달 20일 맨유전(21·22호골)을 빼곤 나머지 5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에겐 징크스 극복이 중요한 시점이다.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중도 입성한 PL에서 2015-2016 첫 시즌을 빼곤 이후 6시즌째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던 손흥민이지만 대체로 시즌 막바지만 되면 골 침묵에 빠져 화룡정점하지 못했던 게 번번이 아쉬움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만해도 팀 동료 케인(23골)이 살라(22골)을 제치고 득점왕에 오를 때 손흥민은 5월 5경기에서 2연속골을 기록한 이후 3연속 노골에 그쳐 공동 4위(17골)에 머물렀고, 차붐 기록 경신도 이번 시즌으로 미뤄야 했다.

앞서 2017-2018 시즌부터 세 시즌도 PL 마지막 8경기, 4경기, 2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해 각각 12, 12, 11골로 마무리했다.

다만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았던 신드롬은 이번에 가장 근접한 득점왕 고지 경쟁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대목이다. 토트넘 입단 두 번째 시즌에 PL 1차전서 1,2호골을 폭발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고, 5월 마지막 2경기에서 2골 1도움을 추가하며 최종 14골로 ‘2년차 징크스’ 우려를 털어냈다.

올시즌도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 첫 경기에서 대뜸 마수걸이골을 신고하며 낙승을 이끌었던 만큼 막판 골행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이상을 최종 목표로 하는 5위 토트넘은 오는 23일 최하위인 노리치와 최종전(어웨이)까지 4경기에 총력전을 편다. 손흥민은 당장 오는 8일 2위 리버풀과 원정에서 살라와 격돌, 기선제압부터 노리게 된다. 오는 13일 4위 아스날과 북런던더비(홈경기)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으로서는 오는 15일 홈에서 만나는 16위 번리만을 빼곤 올시즌 한번씩 골맛을 봤던 상대들이다. 노리치(2골) 외에 나머지 3개팀에 대한 손흥민의 역대 골성적표는 모두 3골씩이다.

손흥민 유럽무대 진출 이후 시즌별 기록 추이 [그래픽=뉴시스]
손흥민 유럽무대 진출 이후 시즌별 기록 추이 [그래픽=뉴시스]

지난 시즌 ‘피크-엔드’에 접근했다가 뒷심부족으로 득점왕 경쟁 수위를 높이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실로 컸을 법하다.

정규리그 골사냥의 커리어 하이를 찍은 이날 레스터전 뒤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 손흥민은 ‘득점왕 욕심’을 묻는 현지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회가 나면 나는 언제든 골을 넣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득점왕은 늘 나의 꿈이다."

손흥민이 네 시즌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뒷심 징크스를 씻고 유럽 빅리그 득점왕이라는 신기원까지 열 수 있을지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동료의 지원도 열쇠가 될 수 있다.

손흥민도 10년 동안 분데스리가 98골을 쌓은 차붐처럼 페널티킥골이 없는 고순도의 골행진으로 거룩한 태극골잡이 계보를 이었다. 남은 4경기에서 11m 플레이스킥 기회가 생겼을 때 콘테 감독이 전담 키커인 케인 대신 손흥민에게 키커를 맡기면 득점선두 뒤집기도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라가 페널티킥으로 5골을 챙긴 만큼 케인(13골) 대신 손흥민 밀어주기가 본격화된다면 토트넘으로선 2연속 득점왕 배출을 이어갈 수 있다.

손흥민이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피크아웃(peak out)으로 올시즌을 마감할지, 아니면 클라이맥스를 더 이어가며 강렬한 피크엔드를 찍을지는 양클럽의 자존심을 건 득점왕 만들기 여부에도 달려 있다.

토트넘을 이끌고 오는 7월 13일 상암벌에서 펼치는 방한 경기에서 국내 축구팬들과 만나게 될 손흥민이 그때 골든부트를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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