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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총체적 부실 드러낸 20대 대선 사전투표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3.07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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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채 종료됐다. 그 결과 각종 잡음이 발생하면서 전 사회가 사전투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전투표 관련 잡음들이 부정선거 논란과 직결돼 있다는 데서 찾아진다.

실제로 사전투표소 곳곳에서 발생한 잡음들은 성격상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모든 소동이 유권자 자신이 행사한 한 표가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는 점이 그것이다.

소동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때는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투표마감 시간까지였다. 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들이 이 시간대에 따로 마련된 관외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면서 곳곳에서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소동의 직접적 원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의 준비 소홀이었다.

선관위가  사전투표 혼란에 고개를 숙였다. [사진 = 연합뉴스]
선관위가 사전투표 혼란에 고개를 숙였다. [사진 = 연합뉴스]

이날 사전투표는 확진자·격리자들이 임시기표소에서 투표용지에 기표를 하면 선거 사무원들이 그것들을 모아 관내 투표소의 투표함에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의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빚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과 부산의 일부 투표소에서는 이미 특정 후보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가 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서울 은평구 소재 모 투표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이름에 기표된 용지를 3장 배부한 사례로 논란을 일으켰다. 비슷한 사례는 부산에서도 발생했다. 부산 연제구에 있는 모 투표소에서는 이재명 후보 또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이름에 기표가 된 용지가 각각 6명의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일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소동은 임시기표소에서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옮겨 투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라면박스나 장바구니, 비닐 또는 종이 쇼핑백 등에 기표된 투표용지 봉투를 모아 관내 투표소의 투표함에 넣기 위해 옮겨가는 모습을 본 유권자들이 곳곳에서 항의하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자신의 기표용지가 제대로 투표함에 투입되는지 믿을 수 없다는 게 항의의 주된 이유였다.

선거 사무원에 의한 투표용지 운반 및 투표함 대리 투입은 선관위가 준비한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 매뉴얼은 투표지 투입과 관련해 ‘격리자 등이 제출한 봉투는 참관인이 볼 수 있는 바구니·상자 등에 담아 지정된 참관인과 함께 사전투표소로 이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시기표소에서 투표지가 담긴 봉투를 몇 개씩 모아 관내 투표함으로 옮길지에 대해서는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임시기표소 사정에 따라 ‘일정 수량’을 모아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정도가 제시돼 있을 뿐이었다.

규격화된 임시투표함도 없고, 기표용지 묶음 단위의 크기에 대한 규정도 없다 보니 유권자들의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방식을 이전에 접한 적도, 사전에 통보받지도 못한 유권자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부산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임시기표소에서 기표된 용지를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닐봉투에 담아 한꺼번에 투표함에 넣겠다고 하다가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는 일도 있었다. 이 사례는 ‘투표지가 공개되지 않도록 유의해 임시 기표소용 봉투에서 꺼내 관내 사전투표함에 투입’하도록 규정한 매뉴얼에도 위배되는 것이었다.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매뉴얼의 내용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직접 및 비밀투표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곳곳에서 벌어진 유권자들의 항의가 정당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일부 유권자의 이유 있는 항의를 ‘난동’으로 표현함으로써 논란을 더 키우기까지 했다.

이상의 소동과 관련, 선관위는 투표소 한 곳엔 하나의 투표함만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된 현행 공직선거법 규정을 따르다 보니 생긴 일들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임시기표소 운영 방식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홍보를 하지 않은 점, 임시기표소에 규격화된 투표용지 수거함을 만들지 않은 점, 투표용지 이동 및 투표함 투입 방식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들이다.

확진자 등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주는 과정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긴 대기줄이 형성된 일부 임시기표소에서는 유권자 신분 확인 및 지문 인식 또는 서명을 입력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선거 사무원이 대리로 입력해 투표용지를 발급받은 뒤 개개인에게 나눠주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선거 사무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백일하에 드러났다.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과정에 위의 방식으로 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대리로 발급받았으나 그 사실을 모른 채 기표소에 들르지 않고 도중에 돌아간 유권자 다수가 9일 본투표일에 투표를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7일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해당 유권자들에 대해 “일괄구제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 사람들의 경우 투표용지 발급 사실이 이미 전산 입력돼 있지만 실제로 임시기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마쳤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었다.

중앙선관위의 입장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각 지역선관위가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9일의 본투표 기회 제공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선관위들이 투표자와 비투표자를 정확히 가려내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렇게 돌아간 유권자 다수가 부정선거에 대한 의구심이 큰 야권 지지자들일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상의 각종 논란들은 추후 부정선거 시비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나 제1야당의 경우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제히 선관위의 선거관리 부실을 비판하면서도 부정선거 운운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섣불리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대선 승리시 당선 무효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나타나고 있는 반응들인 듯 보인다.

선관위는 부정선거 시도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히고 있다.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기획했다는 정황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실적으로도 지금 같은 시기에 부정선거가 시도됐을 것이라 믿는 유권자들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드러난 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두고두고 부정선거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 원인은 쓸데없는 오해를 낳을 만한 환경이 완벽에 가깝도록 잘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그 첫째가 중앙선관위를 둘러싸고 전개돼온 불공정 논란이다. 구체적으로는 지금의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이 ‘사법부의 하나회’란 비판에 휩싸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법관이라는 점, 불공정 시비를 몰고 다니던 조해주 전 선관위 상임위원이 논란 속에 연임을 시도했었다는 점, 지난 총선 당시 선관위가 현수막 관련 불공정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정부 역시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 측의 선거관리용 중립내각 구성 요구를 합리적 설명도 없이 묵살해왔다는 점이 그 원인이다. 이번 대선은 선거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장관직을 모두 현직 여당 의원이 맡고 있는 상황에 치러지고 있다. 유례가 없는 이런 환경 또한 선거관리의 중립성에 대한 오해를 낳고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발행인 최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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