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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오영수 골든글로브 첫 영예, 그리고 조연과 깐부의 맞울림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1.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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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조연이 주연만큼 빛나는 K-콘텐츠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에는 연기 인생 55년 만에 한국 배우로는 102년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윤여정이 빛났다면, 새해에는 대학로 연극무대를 지켜온 55년 터줏대감 오영수가 역시 한국 최초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으며 K-콘텐츠의 글로벌 공감 바통을 이어갔다.

한국 이민사를 다룬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서 온 순자 할머니로 오스카 연기상을 수상하며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선 74세의 윤여정이지만 골든글로브의 ‘백인 천장’을 뚫어내진 못했기에 78세의 ‘깐부(짝궁) 할아버지’ 오영수가 일군 전인미답의 수상은 실로 그 의미가 깊다.

오영수가 한국 드라마 최초의 골든글로브 연기상을 수상했다. [사진=HFPA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윤여정의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도 불발되면서 지구촌 영화계의 비난을 샀던 골든글로브는 백인 중심의 회원 구성과 성차별, 편견 등의 각종 논란과 부정부패 의혹을 의식한 듯 지난 8개월간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고, 올해 지구촌에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3개 후보 부문에 올리며 변화를 예고했다.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것조차 한국 영화·드라마 초유의 기록일진대, 주연보다 조연으로 자신만의 반세기 연기인생을 개척해온 오영수가 한국 드라마 최초 연기상 수상의 이정표를 세웠다.

오영수는 10일(한국시간) 배우들과 미국 NBC방송의 보이콧로 싸늘한 분위기 속에 시상식도 생중계도 없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남우조연상을 받았다고 주최 측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오징어게임'은 TV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두 부문 수상은 '석세션'과 같은 작품의 제레미 스트롱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셋 중 하나의 수상만으로도 K-콘텐츠는 마지막 장벽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든글로브는 지난해까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면서 비영어권 작품에 배타적이었다. 2020년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작품상, 연기상 등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오르지 못하고 ‘외국어 영화상’에 만족해야 했던 이유다.

이정재, 황동혁 감독 등 ‘오징어게임’ 관계자들과 함께 시상식에 불참한 오영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는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닌 '우리 속의 세계'"라며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를 정복한 10일 오후 그가 출연 중인 연극 '라스트 세션' 포스터가 서울 대학로 극장 앞에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를 정복한 10일 오후 그가 출연 중인 연극 '라스트 세션' 포스터가 서울 대학로 극장 앞에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94개국에서 가장 많은 1억4200만 가구가 시청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의문의 극한게임 참가자 1번으로 깊은 내공의 오일남을 연기한 오영수. 

1967년부터 200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했고 영화와 TV도 넘나들며 내공을 쌓았다. 1971년 극단 '여인'에 입단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 '스탠리'를 연기하면서 첫 주연을 맡은 이후 그의 주무대는 연극마당이었다.

환갑을 코앞에 둔 2003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배우 생활의 한 획을 그었다. 황동혁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오영수를 ‘깐부 할아버지’로 점찍었다는 것이다.

연기 인생의 굴곡진 사계를 보낸 뒤 맞이한 봄.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섰지만 새해 들어 조용히 연극무대로 돌아온 오영수의 찬란한 봄은 소박한 칭찬의 '자기 보상'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윤여정에 스며들다'는 뜻의 '윤며들다'가 오스카를 정복한 노배우에 대한 찬사였다면, 구슬이나 딱지를 공유하는 짝궁을 소환해낸 원로배우의 명대사 ‘우리는 깐부잖아?’는 지구촌까지 퍼져나간, 벗에 의지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공감 바이러스이기에 그 여운은 더욱 깊어진다. 연기뿐만 아니라 주연이고 조연이고 구분 없이 혼을 다하는 인생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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